사름+, 여섯 번째 이야기
: 우리가 하는 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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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일은 좋아서 하기보다 해야 하니까 하는 경우가 더 많죠. 우리도 그래요. 회사를 운영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우선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늘 있습니다.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함께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에요. 그래서 매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의미 있고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차근히 해나가자고.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는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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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름+ 여섯 번째 이야기 순서
1. 우리동네 로컬 브랜드 :: 책방 소리소문, 책을 통해 관계를 잇는 두 사람의 이야기
2. 제주에서 이렇게 일합니다 :: 북촌의 시간을 듣는 사람, 마을을 무대로 만드는 기획자
3. 우리 몬딱 소중해 :: 북촌리 해녀 이희순 삼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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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동네 로컬 브랜드
: 책방 소리소문, 책을 통해 관계를 잇는 두 사람의 이야기
_정도선 · 박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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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소리소문은 매거진 사름의 시작과도 깊게 연결된 로컬 브랜드다. 한경면에서 처음 시작한 로컬브랜딩 프로젝트는 ‘동네 소상공인의 가게가 곧 로컬 브랜드’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워크숍을 진행했고, 지역 가게들의 이야기를 모아 ‘로컬 매거진 한경 x sarm’을 만들었다. 막 책방을 열던 시기였던 도선과 진희가 그 작업에 참여한 것은 우리에게도 큰 행운이었다. 두 사람은 사름의 모태가 된 그 로컬 매거진을 가장 먼저 입고해준 책방지기였다. 소리소문 없이 좋은 책이 건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름에 담겨 있었고, 실제로 그들은 책장을 통해 동네의 온기를 이어주는 사람들이었다. 다음 이야기는 그동안 두 사람을 만나오며 지켜본 풍경과 이어진 대화들을 바탕으로 한 기록이다.
책방 소리소문은 작은 마을에 놓인 책의 집이면서도, 책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천천히 밝혀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책은 시대의 창이고,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감각의 도구다. 도선에게 책은 유년 시절의 고독을 달래주던 친구였고, 진희에게는 발견하지 못했던 감정을 열어주는 통로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책을 권할 때도 제목보다 사람을 먼저 떠올린다. ‘이 사람이 지금 어떤 마음일까’ ‘무엇이 필요할까’ 같은 질문이 책을 고르는 기준이 된다. 책방의 코너들은 주기적으로 새롭게 구성된다. 계절에 따라, 동네의 공기에 따라, 독자들의 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지역 작가의 작업을 초대하기도 하고, 오래된 책을 리커버해 새로운 생명을 입히기도 한다. 책이 단순히 판매되는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닿아 다시 살아나는 과정 자체를 두 사람은 책방의 일이라고 여긴다. 그들의 큐레이션은 그래서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지 않지만, 오래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두 사람의 태도는 그대로 이어진다. 취향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독서 모임을 꾸리고, 때로는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음악을 권하고, 누군가는 시를 건네고, 누군가는 자기 내면의 건강함에 대해 말한다. 이렇듯 소리소문은 동네의 작은 예술들—말, 글, 마음, 관심—이 자연스럽게 흘러 다니는 곳이다. 책방 앞 마당에서 열린 플리마켓 역시 같은 결의 확장된 장면이었다. 동네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가 모여 함께 노는 자리,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면서도 끝내 사람들이 모여드는 자리. 손님들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관계를 짓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그것이 두 사람에게 플리마켓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였다.
두 사람의 책방 철학은 간단하다. 책을 통한 발견이 ‘사람과 사람의 다름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책이 단순히 책으로 남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려 다시 관계로 번져가기를 바란다. 소리소문이 추구하는 단어를 묻자 진희는 ‘책, 사람, 사랑’이라고 답했다.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세 가지이며, 이 셋이 서로를 잇는 순간에 책방의 존재 이유가 생긴다고 했다.
얼마 전 일요일, 우리는 내년 3월 Sarm 12호 발간을 기념해 소리소문에서 북토크를 열자는 이야기를 다시 나눴다. 한경면은 로컬 브랜드와 소상공인이 유난히 촘촘한 지역이다. 그래서 이번 북토크는 인터뷰이 한 분을 초대해, 로컬 브랜드들이 서로를 어떻게 돕고 어떤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꾸미기로 했다. 아직 2026년이 오지 않았지만, 이미 그 날의 공기가 조금씩 느껴진다. 오래 알고 지낸 두 사람의 책방에서, 오래 지켜본 지역의 얼굴들과 함께 로컬의 내일을 이야기하는 자리. 그 시간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마음 한편에서 작은 설렘이 피어난다.
* 책방 소리소문은 매거진 사름을 가장 처음 입고한 곳이에요. 내년에는 그곳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기획하려 합니다. 의미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일이 우리의 다음 일을 만들어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금 이 글을 읽은 독자분이 있다면 좋은 시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테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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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요이땅삐삐 김현지 사장님, 인플래닝 곽효정, 책방 소리소문 정도선&박진희, 로컬브랜딩 강사 박성애.
책방 소리소문에서 함께 진행한 로컬브랜딩 워크숍. 토요일 이른 아침, 책방 문 열기 전. 그간 우리 동네 로컬브랜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의논한 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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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에서 이렇게 일합니다
: 북촌의 시간을 듣는 사람, 마을을 무대로 만드는 기획자 _사람손공동체 대표 홍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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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사람은 북촌 마을을 무대로 마을 사람들과 마을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기획자다. 그는 2017년 처음 북촌을 찾았을 때, 노래 한 곡에 경로당의 분위기가 단숨에 풀리던 장면을 잊지 않고 있다. 삼춘들은 서로의 어깨를 건드리며 웃었고, 그 순간 그는 ‘이 사람들과 다시 만나야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 마음이 길이 되어 북촌을 오가는 시간이 시작됐다.
그의 기획은 외부의 형식을 들여와 얹는 방식이 아니다. 주민을 관객의 맞은편이 아니라, 삶을 무대에서 다시 말할 사람으로 세운다. 공동체 창작극 〈뒷개 할망 춤추다〉에서는 해녀들이 물질하던 몸의 기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테왁을 잡던 손의 힘, 물살을 읽던 몸의 방향, 제주어로 흘러나오던 말들. 처음엔 ‘내가 무슨 배우냐’며 손사래 치던 삼춘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을 새로 발견했고, 공연이 끝나면 무대 뒤에서 손을 꼭 잡으며 ‘내년에도 같이 하자’고 말했다. 그는 그 손의 온도가 결과보다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몇 해가 지나자 그의 기획은 ‘말하는 기획’에서 ‘듣는 기획’으로 옮겨갔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북촌 큰나무의 기억〉이다. 태풍에 부러진 가지에서 다시 새순이 돋아난 팽나무를 보며 그는 생각했다. 나무가 사람을 바라본다면 무슨 말을 건넬까. 올해 그는 큰나무 아래서의 기억들을 모으고 있다. 해녀, 부녀회원, 경로당 어르신, 청년들을 세대별로 만나 빵과 음료를 나누고, ‘그 나무 아래서 무엇을 했나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오래 묻혀 있던 말들이 천천히 올라온다. 그 말과 몸짓, 소리를 작은 장면 카드로 기록하고, 이 카드는 훗날 음악극이 되는 씨앗이 된다. 그는 공연 날짜보다 이 과정을 주민과 천천히 통과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에게 마을기획은 ‘함께 나이 드는 일’에 가깝다. 서류가 끝났다고 마음이 끝나는 건 아니고, 사람의 속도에 맞춰 걷다 보면 관계가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북촌은 어느새 그의 일터이자 마음의 집이 되었다. 언젠가 어머니가 물질을 하던 고향 표선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 두 마을의 바다와 여성들의 삶을 잇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품고 있다. 나무와 바다 사이를 걸을 때마다 그는 한 문장으로 돌아온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까.’
* 매거진 사름 12호의 인터뷰이이자, 인플래닝에서 제주특별자치도 마을만들기종합센터의 소식지로 만들고 있는 <퐁낭그늘> 6호의 인터뷰이인 홍선영 대표님. 우리가 하는 여러 일 중 중요한 부분은 언제나 ‘인터뷰’입니다. 사람은 늘 다음 일을 연결하는 모티브가 되곤 하니까요.
작품 메모 뒷개 할망 춤추다
: 북촌의 옛 지명인 뒷개를 제목으로 삼은 공동체 창작극이다. 해녀와 주민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의 삶을 제주어와 몸짓으로 들려주는 공연으로, 관객과 주민이 함께 마을의 기억을 다시 나누는 자리다.
북촌 큰나무의 기억
: 북촌의 보호수와 팽나무를 마을의 기억 저장소로 삼아, 좌담과 인터뷰, 음악 작업을 통해 음악극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나무를 마을의 증인으로 세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지낸 시간을 예술로 기록하려는 시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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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 몬딱 소중해
: 북촌리 해녀 이희순 삼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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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을 곳곳을 다니며 삼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허투루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지나온 힘겨운 인생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 모두가 다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에 닿는다. 그래서 주어진 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오늘은 북촌리 해녀 이희순 삼춘을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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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은 오래전부터 물이 좋은 마을이다. 바닷가와 용천수가 함께 숨 쉬고, 네 개 자연마을이 조용히 이어진 곳. 이희순 삼춘은 그 북촌에서 여든 해를 살아왔다. 다섯 살 무렵부터 물에 들어갔고, 열다섯에는 해녀가 되었다. 작년에야 긴 물질의 시간을 내려놓았다. 평생을 파도와 바람에 기대 살아온 분이다.
삼춘의 유년에는 깊은 상처가 있다. 어릴 적 4·3을 겪었다. 마을은 불타고, 많은 이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도 그중 하나였다.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 수 없어 생일마다 제사를 지냈고, 훗날 대전형무소에서 여덟 해를 살다 숨을 거두었다는 기록을 뒤늦게야 확인했다.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였다. 그 시절엔 연좌제가 가로막고 있었다. 배움도, 선택도, 미래도 모두 막혔다. 그래서 삶은 밭일과 물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삼춘이 말끝마다 “그렇게 살아왔는데”라고 하던 이유가 그 속에 있다.
그러나 바다는 상처만 남기지 않았다. 바다는 노래를 남겼다. 새벽마다 노를 저어 바다로 향하면 이어도사나가 절로 흘러나왔다. 물결과 노 젓는 소리가 서로를 밀어 올리던 시절이었다. 우뭇가사리, 톳, 미역, 보말로 밥상이 차려졌고, 해녀들은 파도에 기대 하루를 이어갔다. 삼시를 굶어 모은 돈이 금세 사라지던 시절이지만, 노래만은 늘 남아 있었다.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그 여음에는 바다 사람들의 리듬이 배어 있다.
얼마 전 북촌 사람들은 ‘뒷개 할망 춤추다’라는 공연을 만들었다. 자신의 삶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이었다. 이희순 삼춘은 그 공연에서 중심에 섰다. 평생 바다에서 살아낸 몸이 무대 위에서 다시 물결을 탔다. 노를 젓고, 물때를 알리고, 젊은 날의 바다가 그대로 되살아났다. 곰새기라 부르던 고래 떼가 물 위로 뛰어오르고, 해녀들이 ‘배알로’ 하고 외치면 고래가 물속 깊이 잠수하던 기억도 장면이 되었다. 작은 마을의 공연은 예상을 넘는 울림을 만들었고, 두바이 초청까지 이어졌다. 평생 북촌 바다에서만 살던 삼춘이 사막의 도시에서 이어도사나를 부르게 된 순간이었다.
삶의 오르막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마흔셋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다섯 남매를 혼자 키워야 했다. 살기 위해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향하는 밀항선에 몸을 실었다. 그 시절 제주에서는 집집마다 누군가 바다를 건넜다. 때로는 교도소를 가기도 했지만, 삼춘은 그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게 살았고, 그것은 생존이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번 돈은 매번 제주로 돌아왔고, 아이들의 밥이 되었다. 결국 바다는 삼춘에게 많은 것을 앗아 갔지만, 동시에 생을 이어주는 힘이기도 했다.
삼춘의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현재형이다. 북촌의 바람과 물길, 흘러온 시간이 삼춘의 말끝에 오래 배어 있다. “그렇게 살아왔는데.” 그 한마디 안에 상처와 버팀, 노래와 바다, 그리고 다시 살아낸 나날이 담겨 있다. 마을이 지켜온 마음들처럼, 삼춘의 이야기도 그렇게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 이희순 삼춘은 홍선영 대표님이 소개해준 분이다. 매달 마을을 다니며 삼춘들을 인터뷰하고 있지만 그 일이 늘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이미 아는 분이 연결해준 인연은 더 깊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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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이런 걸 준비 중이에요
전체적인 기획운영과 각종 업무를 맡아서 하는 고한결 대표, 디자인뿐 아니라 만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내는 이승미 팀장, 에디팅부터 기획과 글을 맡아온 저. 이렇게 함께 일해온 지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올해도 우리는 급한 업무가 없으면 화요일마다 모였습니다. 늘 가던 곳을 걷기도 하고, 낯선 골목을 지나기도 했어요.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풍경 좋은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회의하는 일은 우리의 중요한 업무니까요. 지난 한 주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도 늘 빼놓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세상이 곧 다음 기획의 실마리가 될 테니까요.
누군가는 풍경을 보고, 누군가는 지나가는 말을 기억하고, 또 누군가는 생각의 조각을 모았습니다. 각자 결은 다르지만, 이상하게도 함께 움직일 때 가장 잘 보이는 것들이 있었고, 돌아와 나누면 그날 어떤 이야기를 주웠는지, 어떤 생각이 남았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걸 일이라고 부르면서도, 또 일이라고만 말하긴 어려운 방식으로 지내왔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함께 지나고 보니, 우리가 남기고 싶은 건 결과보다 과정에 가까운 무언가였어요.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놓았는지가 더 중요한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우리가 걸으며 천천히 모아온 방식으로 무언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도 그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혼자여도 충분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혼자일 필요는 없는 그런 기록의 자리요.
지금 우리는 그 작업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생각을 모으고, 올해를 조용히 더듬고, 누군가에게 건네도 어색하지 않은 형태로 다듬고 있어요.
어쩌면 한 해의 끝이란, 이런 식으로 자기의 시간을 다시 붙잡아 보는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 우리가 먼저 시작한 이 작은 아카이빙을 조금 더 단단한 형태로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직접 나의 한 해를 아카이브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고 있어요.
조금 느려도 괜찮고, 조금 멀어져도 괜찮은 시간. 우리는 그런 시간을 기록하려 합니다.
editor in chief. 곽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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