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 세 번째 이야기
: 살당보민 살아진다 - 제주의 언어와 기획을 담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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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지역을 이해하려면 그곳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은 작은 나라임에도 지역마다 다양한 말이 있고, 그중에서도 제주는 특히 독특합니다. 다른 지역 말보다 알아듣기 어려워 전혀 다른 나라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요.
이번에 부산에서 열린 제2회 북앤콘텐츠페어에 참여하면서 제주어을 활용한 마스킹 테이프를 만들었습니다. 제주 토박이인 승미 팀장이 ‘도르멍 푸더지멍’이라는 단어를 넣었는데, 제주살이 6년 차인 저도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뜻은 ‘달리다 넘어지면’이었고, 이어지는 말은 드라마에서도 자주 언급된 ‘살다보민 살아진다’였습니다. “달리다 넘어져도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희망의 말. 제주 어르신들이 즐겨 하시는 말씀이라고 했습니다.
마침 박진희 작가님(사름 매거진에도 참여하는)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향모를 땋으며》에서도 관련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샤이엔족 연장자 빌 톨 불 Bill Tall Bull이 한 말이 기억난다. 젊은 시절 에 나는 사랑하는 식물과 장소에 말을 걸 토박이말이 없음을 무거운 가슴으로 그에게 한탄했다. 그가 말했다. "그들은 옛 언어를 듣고 싶어 하지.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말했다. "여기로 말하지 않아도 돼. 그는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로 말하면 그들이 들을 거란다." _로빈 월 키머러의 《향모를 땋으며》에서
식물과 장소에도 말을 걸 수 있고, 기왕이면 토박이말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여행할 때마다 그 지역의 언어에 관심을 기울였던 지난날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제주의 언어에도 자연스레 마음이 갔습니다. 몰랐던 단어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그 지역에 조금씩 더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저의 첫 고양이이자 유일한 반려묘 이름을 ‘단어’라고 지은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겠지요. 날마다 “단어야” 하고 부르며, 오늘은 어떤 새로운 단어를 수집할지 기대해봅니다.
여러분은 지금 사는 지역의 단어를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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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름+ 세 번째 이야기 순서
- 사름 큐레이션 ::
제주의 기획자들 - 제주 로컬매거진 사름 12호
- 오늘 하루 꼬닥꼬닥 ::
매거진 사름sarm, 부산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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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 큐레이션 : 제주의 기획자들 - 제주 로컬매거진 사름 12
고실, 승팀장님, 그리고 저. 세 사람이 함께 꾸려가는 작은 공동체이자 회사 인플래닝은 지난 6년 동안 로컬 매거진 사름을 만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계절마다 출간을 목표로 했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다양한 로컬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출간 횟수는 자연스레 줄었고, 작년부터는 1년에 한 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수익도 나지 않는 매거진을 왜 계속 만드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사름은 우리가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정체성을 담아낸 콘텐츠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 시절의 고민을 주제로 인터뷰이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일,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나누는 일. 이것이 곧 인플래닝이라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작은 책자가 제주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이동해 새로운 이야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품습니다. 작은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말이죠.
사름 12호의 주제는 제주의 기획자들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기획자의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이벤트, 생일 파티, 졸업 축하, 부모님의 생신 잔치 같은 특별한 날을 준비하는 일 모두가 기획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서로 남기지 않았기에 그것이 기획의 시작일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을 준비했습니다. 특별한 일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은 힌트가 될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다양한 기획자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Editor in cheif. 곽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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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마을과 해녀 삼춘들과 함께하며 삶의 기억을 예술로 엮는 기획자.
기획은 거창한 무대가 아니라 작은 자리에서도 시작돼요. 어머니 팔순 잔치처럼요. 중요한 건 보여주기가 아니라 진짜 기쁨이고, 그 시작은 질문이에요. 질문이 대화를 만들고, 대화가 이야기를 열어주죠. 저는 늘 사람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싶습니다. 무대보다 밥 한 끼가 더 오래 남을 때가 많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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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배운 ‘관계의 언어’를 마을 여행과 교육 기획으로 확장해온 여행 기획자.
여행 기획은 “내가 좋아하는 제주를 어떻게 보여줄까”라는 질문 하나면 돼요. 결국 좋아함을 나누는 일이거든요. 마을 기획은 주체성과 자발성이 핵심이에요. 누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가, 그게 성공을 좌우해요.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결국 답은 관계와 소통 속에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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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언어이자 커뮤니티로 바라보며, 제주에서 커피와 지역을 잇는 실험을 이어가는 사람.
기획은 시작만이 아니라 끝맺음까지 상상해야 해요. ‘앞에서도 하고 뒤에서도 한다’는 말처럼요. 늘 묻습니다. “이 주제가 의미 있는가, 반복할 수 있는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보완하고 다시 시도합니다. 과정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해내는 게 제 기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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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일상성과 로컬 감각을 콘텐츠와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관찰자이자 설계자.
세심히 관찰합니다. 그리고 할 만하겠다 싶으면 그냥 시작합니다. 기획은 결국 영향력을 만드는 일이고, 저는 시장 반응보다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더 믿어요. 재미있다 해도 눈이 웃지 않으면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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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시간을 질문하며 건축·전시·출판을 넘나드는 건축가이자 기획자.
전공보다 자신만의 관점이 중요해요. 마음이 끌린 장소를 경험하고 기록하다 보면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그게 기획의 시작이 됩니다. 저는 흥미와 진정성을 가장 중시해요. 맥락을 무시한 창의는 공허하니까요. 결국 차가운 조사와 따뜻한 현장 경험을 함께 가져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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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과 일상에서 춤의 언어를 발견하며, 무대와 삶을 잇는 실험을 이어가는 무용가.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저는 늘 관객을 떠올립니다. ‘내가 관객이라면 어떻게 느낄까’ 그 질문이 모든 걸 정리해줘요. 가장 큰 싸움은 스스로와의 타협이에요. 공연은 단 한 번일 수 있다는 걸 계속 상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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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기반 공연 기획자로, 청소년과 아마추어에게 의미 있는 무대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
많이 보고 시도하는 수밖에 없어요. 공연은 무대 안팎을 조율하며 모두가 상처 없이 돌아가게 하는 일이에요. 저에겐 기획이 누군가에게 생애 첫 무대, 또 다른 누군가에겐 디딤돌을 마련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청소년이나 아마추어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 큰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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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길을 낸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획자로, 삶과 음악을 함께 노래하는 뮤지션.
지금은 누구나 음원을 낼 수 있지만, 결국 승부는 퀄리티예요. 사운드와 구성, 이음새까지 견뎌내며 다듬어야 하죠. 저는 ‘완벽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완벽을 향해 가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겨요. 힘든 시기엔 억지로 극복하기보다 그냥 받아들입니다. 음악도 삶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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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꼬닥꼬닥
: 매거진 사름sarm, 부산에 가다
5년간 12권의 사름을 만들면서 플리마켓이나 제주북페어에 참여하곤 했습니다. 독자를 직접 만나면서, 이 매거진을 오래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던 것도 그분들의 관심 덕분이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사름을 가지고 가자는 이야기를 연초부터 나눴습니다. 아래 글은 우리 세 멤버 중 가장 발 빠르고 무거운 걸 잘 드는 고실이 직접 남긴 북페어 회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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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사름, 작은 빚을 안고 떠난 여정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부산 북앤콘텐츠페어에 참가업체로 다녀왔다. 우리가 처음 경험했던 박람회인 제주북페어에도 신청했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선정되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부산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마침 2회차를 맞은 이번 행사의 슬로건이 ‘책과 사람, 삶을 잇다’여서 참가 제안 메일이 온 것이다.
나에겐 ‘우리와 주제가 맞는지,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였다. 제안을 보자마자 “이번엔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 정해 놓고 승미 팀장(디자이너)님과 효정 작가(사름 편집장)님께 말씀드렸다. 신청하고서는 좋은 점만 생각했다. 특히 책을 팔러 간다는 생각보다 “책 속에 실린 많은 사람들(해녀 삼춘, 소상공인, 로컬 브랜드, 작가 등)을 통해 제주를 알리러 가야지”라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딸아이 방학에 맞춰 가족 휴가도 하루 정도 보내볼 생각이었다. 본의 아니게 매거진 ‘사름’ 제작 마감도 조금 앞당기게 됐다.
박람회를 신청할 무렵 내게는 약간의 부채감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성심껏 인터뷰해 준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바쁘다는 이유로 더 널리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 하나는 ‘김영수도서관친구들’이라는 마을 활동가 단체가 손수 그린 곶자왈 동화책의 펀딩과 출판을 도와드렸는데, 그 이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두 가지 숙제와 더불어 2025년 신간 《사름 12호》의 첫 홍보 활동을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제주에서 만든 독립출판물, 또 인터뷰집(매거진)이라는 장르를 판매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발행하는 ‘매거진 사름’은 수익을 넘어서는 의미이자 동력이었기에 약간의 설렘이 더해졌다.
박람회 부스에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책을 펼쳐 읽어 보는 분들께 ‘사름’이 무슨 뜻인지 묻고, 제주에서 사람을 인터뷰한다는 일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제주가 좋아서 자주 온다는 분, 제주를 떠났지만 이런 제주는 처음 본다는 분, 언젠가 제주에 오래 머물고 싶다는 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곶자왈을 모른다는 이도 있었고, 다녀왔다며 반갑게 얘기해준 이도 있었다. 그 모두가 반가웠다.
한결 여유 있는 마음과 적극적인 태도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내 모습에, 우리에게 처음 박람회 경험을 준 제주북페어와 셀러로 초대해준 책방 ‘소리소문’이 떠올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년에는 서울 같은 다른 지역 박람회에도 참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생겼다.
behind story - 제주로컬매거진 사름 굿즈!
박람회에 참가하기 전, 두 가지 굿즈(엽서북과 제주어 마스킹 테이프)를 제작했다. 뜯어 쓰는 엽서북은 멤버 중 유일한 이주민인 효정 작가가 매거진 사름을 만들며, 또 제주를 다니며 찍은 수천 장의 사진 중 일부 필름 컷을 골라 만들었다. 또 하나는 말 자체가 예쁜 제주어 마스킹 테이프였다.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건네주신 어르신들의 말씀 중 하나를 첫 메시지로 담았다. 손글씨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딸 온유에게 부탁했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아 적어주었다.
우리가 만든 독립출판물과 여러 제작물들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물이라 느껴진다. 휴먼다큐가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그 장면과 말들이 시간이 흐른 뒤 아련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우리가 담은 이야기들도 그렇게 남았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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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세 명뿐이지만, 호칭이 다양한 우리 멤버를 잠시 소개할게요
멤버 소개
- 이승미 팀장: 디자이너. 저는 자주 승팀장님이라고 부르는데, 워낙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하셔서 늘 존경스럽다. 그래서 가끔은 “제발 대충 좀 하세요”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 곽효정 작가: 저예요. 편집장을 맡고 있고, 승팀장님이 우리보다 어린 고실이 부르기 편하라고 ‘곽편’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그런데 고실은 늘 저를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 고한결 대표: 우리끼리는 편하게 ‘실장’이라고 불렀다가 줄여서 ‘고실’이라고 한다. 지금은 대표 이상의 일당백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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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짜 끝으로 부산 북페어에 준비해간 질문에 독자들이
정성껏 써준 글들을 몇 장 공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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