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사진이 남아 있는 곳
: 픽투피어와 순간노트, 제주에서 만난 두 사진 공간
얼마 전 아쉬운 소식 하나를 들었습니다. 함덕에서 자주 찾던 필름현상소 ‘제주필름’ 사장님 가족이 조만간 인도로 이사를 가실 예정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고 현상소도 여전히 운영 중이지만, 몇 달에 한두 롤씩 필름을 맡기고 하루 만에 현상된 사진을 받아보던 일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제게 사장님은 제주시에도 ‘픽투피어’라는 현상소가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예전에 라디오에서 인터뷰했던 사진작가님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서귀포에서 ‘스틸네가티브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셨는데, 이제는 제주시에서 필름현상소와 카페, 사진 작업실을 함께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이곳에서도 당일 현상이 가능하고, 사진을 기다리는 동안 이곳에서 판매하는 사진집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조만간 사름 매거진에서도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 공간입니다.
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사진관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의 ‘순간노트’입니다. 요즘 마을 기록 작업으로 자주 오가는 동네에서 알게 된 곳입니다. 사진작가인 남편과 아내가 함께 운영하는데, 아내분은 재봉틀로 직접 노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과 손으로 만든 노트라니, 순간노트라는 이름에도 잘 어울립니다. 사진작가님은 핫셀블라드라는 중형 필름카메라로 작업합니다. 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궁금해 얼마 전 부모님이 제주에 오셨을 때 이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도 오래전부터 필름카메라를 사용해왔습니다. 2006년 밴쿠버에서 중고 카메라를 구입해 남미 배낭여행까지 함께했고, 한동안 보관만 하다가 2019년 제주에서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디지털이 세상의 기본값이 된 지 오래고, 이제는 실제로 가지 않은 장소에 있는 내 모습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런 시대에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필름값도 비싸고 현상비도 만만치 않지만, 여전히 필름카메라를 사용합니다.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없고, 찍은 사진을 보기 위해 며칠을 기다리기도 하지요. 그래도 직접 보고 경험한 순간을 내 손으로 찍어 남기는 일이 좋습니다. 편리한 방법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런 경험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주필름 사장님은 남편의 해외 파견이 끝나면 다시 제주로 돌아올 계획이라며, 현상 기계도 잘 보관해두었다가 다시 사용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때에도 필름을 사고, 사진을 찍고, 현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픽투피어와 순간노트처럼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진을 이어가는 우리 동네 공간들도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